차이메리카(Chimerica)란 신조어가 나온 지도 꽤 되었습니다. 2007년 경제학자 모리츠 슐라리크 교수 등이 기존 패권국가 미국과 신흥강국 중국이 각각 소비와 생산으로 역할을 나눠 상호 협력적·의존적 관계 속에서 발전해 왔다는 의미로 언급하였습니다. 협력을 넘어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는 예측은 2004년 골드만삭스가 최초로 언급하면서 시기를 2030년으로 내다봤습니다. 이후의 예측들에서 시기는 짧아졌습니다. 실질 GDP로 보면 현재 중국이 미국을 앞섰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런 중국시장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상업화시킬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넘칩니다. 하지만 중국 성장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기까지 합니다. 논지는 훌륭하나 실행에 대한 언급은 빈약합니다. 중국을 이해하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해하라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중국 하면 떠오르는 꽌시(关系,Guanxi)는 누구에게나 익숙합니다. 중국인과 중국을 인식하는 중요한 코드인 꽌시는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이며 사회적 신뢰자산입니다. 꽌시를 어떻게 형성, 유지, 활용하는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잘 알 것 같지만 막상 중국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철학에 버금가는 꽌시를 우리는 연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연줄에 기댄 차별화된 속도, 편이 그리고 기회로 생각합니다.
최근의 성공사례를 제외하고 일찍 중국에 진출한 여러 기업들이 실패했습니다. “중국은 아직 덜 되었다, 멀었다” 라고 합니다. 억울한 기업가들도 있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중국 진출을 경험한 경영자들은 중국을 ‘되는 것도 없고, 같은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고 합니다. 중국기업의 경영방식은 전통과 문화에 뿌리를 둔 중국적 방식과 Global Standard가 혼재되어있습니다. 중국의 기준을 그들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역설적 함의입니다.
1970년대 이후 Global Standard를 배우기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은 최우수 인재들을 외국으로 보냈습니다. 국민의 세금과 기업의 순이익을 투자했습니다. 이들이 배운 지식은 눈부신 우리의 성공의 핵심적인 기초였습니다. 개방 이후 중국 청년들도 선진문물을 배우러 서방국가로 몰려 나갔습니다. 선진국이 형성하고 다져놓은 Global Standard를 배웠고 지금도 더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교육이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시진핑 주석은 역설적으로 국유기업에게 더 이상 서방계 컨설팅 회사에게 컨설팅을 받지 마라고 지시했다 합니다. 기업기밀이 새어나가길 우려해서라고 생각하셨다면 아직도 중국을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더 이상 Global Standard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력히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이제 중국다운, 중국이 주도하는 Global Standard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중국화된 Global Standard를 알고 있다고 하겠습니까? 중국보다 Global Standard를 먼저 배워 그들을 앞섰던 짧은 한때의 경험을 가진 우리가 아직도 그들을 가르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이제는 중국인들에게 직접 들고 배워야 합니다.
샌드위치가 되어가는 한국경제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가 미국과 유럽에서 직접 배웠듯이 중국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함께 하려면 그들에게 직접 배워야 합니다. 중국화된 Global Standard를 확신하는 그들에게 배워야 합니다. 차이메리카라는 합성어가 시사하듯 중국과 미국을 동시에 배워야 합니다. 단기간의 관계지향적 접근으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없습니다. 인재에게 투자해야만 미래가 있고, 막연한 화두가 아닌 실행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빠름으로 성공한 우리는 배움도 속전속결을 원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곧 악순환으로 돌아서게 됩니다. 악순환과 선순환 간의 종이 한 장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오직 체계적이고 제대로 된 학습뿐 입니다.